• HOME
  • 소식
  • 노조소식

방문간호사들의 눈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전국노조 조회167회 작성일 21-06-18 13:26

본문

2015021634032492.jpg
▲ 대회 사진    ⓒ전국노조

- 해고된 방문건강관리사 국회서 증언대회 열려 … "걸어 다니는 보건소 유지해야"

부산 영도구보건소에서 8년간 방문간호사로 일한 한현미(45)씨는 2015년이 되자마자 해고됐다. 한씨는 에이즈·결핵·정신질환 환자를 포함해 600여가구 생활보호대상자와 독거노인 가구를 담당해 왔다. 달동네 계단을 오르다 굴러떨어지거나 방문대상자가 키우는 개에게 물려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대상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까 봐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못했다. 한씨는 "동료는 결핵 환자를 돌보다 결핵과 폐렴에 걸렸다"고 증언했다. 그래도 "우리 보건소 딸 왔냐", "아무도 나를 안 찾아오는데 네가 와서 나를 살렸다"며 반갑게 손을 잡아 주는 노인들을 생각하며 힘을 냈다.

영도구보건소는 지난해 방문간호사 호봉을 없애고 인력도 10명에서 7명으로 줄였다. 한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기대하며 참고 견뎠다. 그러나 보건소는 지난해 11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같은해 12월31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해고돼서 못 간다고 했는데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지금도 전화를 합니다. 너 기다리면서 바깥만 내다보고 있다고…." 

해고된 사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던 한씨는 결국 울먹였다. 그는 "정말 그분들에게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지자체 절반씩 예산부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보건소 방문건강전담인력 집단해고 전국 공동대책위원회는 1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실태 증언대회와 무기계약직 전환사례 발표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회에는 한씨처럼 해고된 방문건강관리사들과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행정자치부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건강을 돌보는 방문건강관리사업은 2007년 시작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절반씩 예산을 부담한다. 2013년부터는 상시·지속적 업무로 인정돼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무기계약직 전환을 강제할 장치가 없었다. 정부는 2013년 '지역사회통합건강증진사업 매뉴얼"을 통해 해당 사업을 필수가 아닌 선택사업으로 분류했다.

그 뒤 여러 지자체들이 예산 부담을 이유로 방문사업을 축소·폐지하거나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을 앞둔 508명의 방문간호사가 해고됐다.

관건은 비용부담이 아니라 자치단체장 의지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건강관리사업 근거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상금 한국방문보건협회 회장은 "방문건강관리사업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기 어려운 140만명의 저소득층에게 '걸어 다니는 보건소" 역할을 하면서 연간 350억원의 예산으로 2천199억원의 국민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 사업의 근거를 지역보건법에 명시해 필수적인 보건사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일부 지자체가 비정규직법을 위반하면서 기간제를 악용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이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서울 노원구청은 지난달 방문보건인력 1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노원구의 1년 예산은 5천500억원으로 재정자립도가 19%밖에 안 된다. 김정일 노원구보건소 생활건강과장은 "저소득층이 많은 노원구 특성상 복지수요가 높고, 주민들이 사회복지사보다 방문건강관리인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럼에도 고용불안으로 인해 서비스 질이 하락하는 문제를 개선하고자 무기계약직 전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정이 문제가 아니라 자치단체장의 의지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조오현 고용노동부 공무원노사관계과장은 "방문건강관리인력이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이는 지침일 뿐 강제조항이 없어 지자체를 독려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관계부처와 힘을 합쳐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영훈 행정자치부 자치제도과장은 "무기계약직 전환비용은 기준인건비를 초과해도 100%를 적용해 준다"며 "별도의 추가 교부금을 지급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요비용이 크지 않은 만큼 비용부담 때문에 계약하지 않은 것은 지자체의 핑계"라고 지적했다.






윤성희 miyu@labortoday.co.kr

출처: 매일노동뉴스

기사원문보기 : http://m.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0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