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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제한 규정" 사실상 무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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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도노동조합 조회0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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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지난 9월10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처우를 금지하고 남용을 규제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조화"를 꾀하겠다며 입법예고한 법안의 이름이다. 노동자들은 그 동안 파견법이 그 이름("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과는 딴판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해왔음을 뼈저리게 겪은 바 있다. 때문에 파견법이 개악되면 정규직이 아예 "멸종"되리라(<노동과 세계> 308호)는 것은 결코 과장된 공포가 아니다.그런데 노동자들의 관심이 파견법 개악안에 집중된 나머지 함께 입법예고된 기간제법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그렇다면 기간제법안은 괜찮은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기간제법안은 근로기준법 제23조(근로계약 기간 1년 상한)를 폐지하는 대신 임시·계약직으로 불리는 노동자를 "기간제"라는 이름으로 묶어 근로계약 기간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한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쉽게 말해 아무 제한 없이 3개월, 6개월, 12개월, 3년 등으로 기간을 정해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용자는 2006년부터 신규채용 때 2, 3년 짜리 기간제를 뽑거나, 수습기간을 길게 둔 뒤 만료 직전에 해고하고 다시 기간제로 채용하는 고용형태와 이미 고용된 정규직을 정리해고한 뒤 기간제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 일반화될 전망이다.그렇다면 3년 넘게 일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해고가 제한돼 고용이 안정되는가? 그것도 아니다. 폭넓은 예외조항을 둬 여전히 기간제로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제4조 3항). 또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관계를 종료할 수 없다(제4조 2항)는 규정을 두긴 했지만 실제로 해고가 제한되는 건 아니다. "정당한 이유"란 그야말로 사용자가 갖다 붙이기 나름이고, 이를 따지자면 길게는 2~3년이나 걸리는 법률적 공방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강성태 교수(한양대·법학)는 이와 관련해 "비정규직 문제는 근원적으로 "고용의 불안정성"이라는 기간제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고 전제한 뒤 "기간제법안은 근로기준법의 핵심규정인 제30조1항(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기타 징벌을 하지 못한다)을 무력화하는 법안"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이어 "비정규직 사용을 일정한 사유로 제한하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는 법이어서 비정규직의 남용적 확대를 막을 길이 없고, 차별금지 조항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법률원 권두섭 변호사는 "기간제가 제도화되면 정규직 자리가 모두 기간제로 대체돼 결국 정규직이 사라질 것"이라며 "사실 파견법 개악안보다 더 무서운 게 기간제법안"이라고 진단했다.김진억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도 "기간제법이 시행될 경우 시용자가 생사여탈권을 완전히 틀어쥐게 되는데, 어느 누가 노동조건 향상이나 차별 시정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겠느냐"며 "기간제법안에는 노동기본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비정규직이 노동조합을 결성하기란 지금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이 법안마저 통과되면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는 영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한편, 10월20일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행정사회분과위원회를 열고, 기간제법안과 파견법안 등을 심의했다. 지난 13일 열린 1차 심의에서는 예민한 사안임을 감안해 이해관계당사자 의견을 듣기로 한 바 있으나, 민주노총에는 의견 청취는 물론이고 회의 일정조차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