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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 매일노동뉴스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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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경기도노동조합 조회0회 작성일 21-06-1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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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12시간 마라톤 당대회
사업계획, 당헌·강령 개정안은 통과…예산안·일부 결의안 처리 불발, 중앙위 위임
 
민주노동당은 27일 오후부터 28일 새벽 1시께까지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대의원과 당원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 당 대회(의장 남상헌 민주노총 지도위원)를 열고 지난해 사업보고와 올해 사업계획 등을 심의 의결했다.

지역조직을 과거 지구당에서 시.군.구위원회로 개편 내용의 당헌개정안에 대해 대의원들은 1시간 가까이 토론을 거친 끝에 원안에 가까운 일부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주한미군의 후방배치 등’을 ‘단계적 철수’로 바꾸는 강령 개정안은 토론 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당은 회의 순서를 바꿔 당헌과 강령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고 예산안 심의를 진행했으나 성원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차기 중앙위로 위임했다.

논란이 예상되던 ‘북핵 해결과 비핵지대화 특별결의안’과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전략 재고’ 등 6개의 결의안과 ‘당직자 폭행사건에 관한 재심청구 요청안’ 등도 같은 이유로 처리하지 못한 채 중앙위로 위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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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당 대회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대회는 이날 오후 2,183명(사고 3명)의 대의원 가운데 1,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1시에 개회했다.

본회의 개회에 앞서 열린 기념식에는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과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 민주노총 강승규 수석부위원장과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 등 정치권과 노동, 농민,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이 대거 참석해 대회를 축하했다.

축사에서 강승규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혼란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지도가 하락하는 오류가 빚어진 점에 대해 민주노총을 대표해 사과한다”며 “앞으로 더 넓은 대중을 염두에 둔 사업을 하고 2006년 지자체 선거 승리를 향해 진군해 달라”고 당부했다.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창당 5주년을 성공이라 하지만 성공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은 민주노동당의 고난의 길을 존중하며, 앞으로 성취할 길을 향해 한국노총이 여러분과 함께 힘을 보태기 위해 (여러분들과) 따뜻한 손을 잡을 것”이라고 축사했다.

김혜경 당 대표는 대회사에서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많은 국민들이 진보진영에 보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며 “잘못이 있다면 뼈를 깍는 아품이 있어도 반드시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자성했다. 또 “운동선수들이 여름에 제 기량을 펼치기 위해서 겨울동안 피나는 훈련을 소화한다”며 “민주노동당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해 왔으며 이제 국민들이 만들어 준 그라운드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우리의 기량을 맘껏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올해는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빈곤문제 해결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대의원들은 상당한 논란 끝에 올해 사업목표와 핵심과제로 △민생안정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보적 정책대안 제시 △신자유주의 분쇄와 민중생존권 확보 대중투쟁 전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제3당의 정치적·사회적 위상 맞는 내실 강화 △2006년 지방선거 승리 위한 선거준비 △녹색환경의 평화 사업 전개 등을 선정했다.

대의원들은 밤 12시께부터 1시께까지 중앙당 사업비와 국회의원 의원단 활동비를 지난해에 비해 각 40%, 최고위원 정치활동비를 20% 삭감하고 중앙당 당직자의 4대 보험 가입 불가 등을 담은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으나 성원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차기 중앙위로 위임했다. 대의원들은 안건의 중앙위 위임 여부를 두고 또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27일 오후 1시부터 28일 새벽 1시가 넘을 때까지 12시간이 넘도록 진행된 이날 대회의 ‘압권’은 ‘의사진행 발언’과 ‘질의응답’. 일부 대의원들은 질의응답이나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고 발언권을 얻어 정치적 소견이 담긴 발언을 하거나 배경 설명을 길게 해 다른 대의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일부 대의원은 회의의 절차 문제를 제기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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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 대회 식전 행사에서 참석한 김혜경 당 대표와 천영세 의원단 대표 등 지도부들이 어린이들을 안고 인사하고 있다. ⓒ 매일노동뉴스


밤 9시가 넘어설 즈음 한 대의원이 발언을 하는 중에 다른 대의원이 뒤에서 욕설을 하자, 또 다른 대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즉각 욕설을 했다는 대의원이 나와 “축제라 생각하고 제주도에서 비행기타고 처음 당 대회 왔는데 이런 분위기 처음 봐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그랬다”며 공개 사과했다. 대의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남상헌 의장은 “바로 이것이 민주노동당의 모습”이라고 말하자,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민주노동당 당 대회와 중앙위 회의에서 자주 벌어지며 당연하게 여겨지던 성원 부족과 위임 논란은 이 날도 비슷하게 반복됐다.

당은 밤 10시께 재석을 확인한 결과 성원을 넘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지고 빈자리가 늘어난 밤 12시 30분께 참석 성원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예산안 처리가 불확실해지자 ‘중앙위로 위임하자’는 대의원들과 ‘반대한다’는 대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순간적으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석 확인 결과 1,124명이 남은 것으로 확인되자 회의장은 일순간 조용해지고, 다시 심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대의원들은 꾸준히 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대의원들은 회의 시간 내내 ‘성원 부족으로 인한 유회’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이날 대회는 28일 새벽 1시15분 재석확인 결과 879명이 남은 것으로 확인돼, 의사정족수 미달로 폐회했다.

회의 도중에 이를 참다못한 한 대의원은 “회의장을 나가는 대의원은 지역위에서 책임지고 불참명부를 작성해 인터넷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상헌 의장은 “민주노동당에서 이런 발언들이 나오지 않아야 하는데 매번 나와서 안타깝다”며 “회의 참석은 대의원의 의무사항이고 기본자세이니 대의원 스스로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당 대회에는 유럽연합의회 유럽통합좌파 북유럽좌파 의장,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원회 등이 축전을 보냈다. 조선사회민주당은 중앙위원회 명의로 보낸 축전에서 “당 창건 5돐을 맞아 뜻 깊게 맞이하고 진행되는 귀측의 정기당대회와 대회에 참가한 전체 대표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며 “우리는 력사적인 6.15 공동선언의 기치를 높이 들고 민족자주, 반전평화, 통일애국의 3대 공조를 실현하여 조국을 통일하기 위한 투쟁에서 민주로동당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길에서 커다란 성과가 이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조상기 기자  westar@labortoday.co.kr